:말레이시아 항공을 뛰어가서 타다!

 

5월 9일 아침 9시

날씨는 맑았다. 오히려 눈이 부셨던 것 같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티케팅을 하러 이동했다.

안내데스크에서 말레이시아항공은 어딘지 물어보자 D라고 알려주었고

바로 가서 줄을 서고 15분 정도는 기다렸던 것 같다.

대부분 여행객이었고 나처럼 혼자서 가는, 딱 봐도 워킹홀리데이겠구나 하는

젊은이는 별로 없었다.

 

내 차례가 되어 여권과 전자항공권, 비자허가 프린트를 보여줬는데

내 담당자 (20대 후반의 남자였음)가 처음엔 비자허가 프린트가 이게 아니라며 이메일로 온 문서를

뽑아오라는 것이었다. 분명 이메일에도 이것을 뽑으라고 써있었고 링크되어있어서 난 제대로 들어가

프린트 버튼을 눌러 뽑아온건데.. 그 분 말은 아예 그 이메일 내용을 뽑아오라는 것이었다.

 

나 : 분명 메일엔 이것을 뽑아오라고 해서 이걸 뽑아온건데요..

담당자 : 그니까, 이메일에 보면 임시 비자 넘버랑.. 어? 여기도 있네?

 

물론 내 문서엔 비자 넘버와 여러 정보가 가득했다 ^-^

 

담당자 : 음.. 확인해볼게요

 

몇분 안지나 어디 갔다 오더니 군말없이 티케팅해주는 담당자분..

 

담당자 : 워킹홀리데이 비자네요? 비행기표는 편도고..

나 : 그렇습니다.

담당자 : 돌아오실 돈은 있으세요?

나 : 물론, 일단은 수중에 비행기표 값정도는 있습니다

 

뭔가 무시당하는 기분이라 바로 받아친 나 ..

 

담당자 : 아니, 저번달에만 3명이 갔다가 빠꾸먹었거든요

나 : 네? 이미 비자를 다 받았는데 빠꾸도 먹나요?

담당자 : 호주 입국할 때 인터뷰를 하는데 거기서 돈 없다, 일하면서 벌거다 이런식으로 얘기해서..

나 :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봤는데)

담당자 : 그래서 저번달만 3명이 그랬어요. 가서 조심하라구요, 인터뷰..

나 : 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국내선이 아니다, 국제선을 타자!



인터뷰와 빠꾸라.. 처음 들어보는 얘기지만 담당자는 진지했다.

인터뷰시 어떻게 이쁘게 말할까 대충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티켓을 받고 짐을 맡겼다.

 

인천 -> 쿠왈라룸푸르 -> 퍼스 의 경유였기에 물론 표는 2장이 나왔다

11시 비행기었는데 앉아서 좀 쉬니까 금방 10시 20분이 되었다.

보딩 타임은 10시 30분부터 10시 50분까지.. 가족과 인사를 하고 슬슬 들어가는데

 

아차,! 이런 바보ㅠ 비행기를 너무 오랜만에 탔나.. 어제 밤에 마지막으로 짐정리를 하면서

바로 쓰는건 백팩에 넣는답시고 샴푸, 바디, 세안제 등 목욕용품을 백팩에 넣어 매고 온 것.

물론 짐검사에서 다 빠꾸먹고 짐으로 맡기려 했으나 카운터가 마감하여 결국은 엄마 주고 왔다

가자마자 목욕용품 사야할 판.. 입국심사를 하고 시계를 보니 어이쿠 10시 45분이네 ^-^*

 

내가 탈 MH067편은 탑승게이트가 109번이었는데 무려 지하에 있는데다 (난 3층이었다)

내려가서도 지하철을 타고 5분가량 이동해야 하는 엄청나게 먼 곳이었다

 

입국심사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달리기.. 에스컬레이터를 두 칸씩 넘어다니며 허겁지겁 지하로 내려가

지하철을 탄 시간이 48분.. 다행이도 서류처리가 되어 공항안에 있는 사람은 버리고 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

한숨 놓았지만 나 때문에 늦게 뜨면 안될거란 생각에 지하철을 내려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렸다

등에는 큰 백팩을 메고 한손엔 전기장판을 들고..

내려서도 109번은 왜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ㅠㅠ 다행이 세 블록정도 뛰어가니 게이트 앞에 한 승무원이

“말레이시아 항공이요?” 라고 손짓하길래 얼른 뛰어가서 티켓을 건네주고 무사히 비행기로 입성!

 

비행기 내부 모습. 다양한 색상의 커버가 마치 상큼한 과일을 연상케 한다. 말레이시아의 열대과일~


안녕, 인천공항..

 

어느덧 땀이 송글송글했고 백팩과 전기장판을 위 짐칸에 올리고 자리에 앉아 땀을 닦아 냈다.

앉아서 가족과 친척등에게 전화를 하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참 숨을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니 뭔가 뭉클했다. “정말 가는구나..”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한 느낌. 이건 뭐라 표현할 수 없다. 만감이 교차하는..

솔직히 계획했던건 년수로 2년이지만 막상 가는구나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앞으로의 기대, 혹은 걱정, 소중한 사람들과 또 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모든게 잘될거야!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어느덧 비행기는 상공을 날고 있었고

창밖으론 마지막 인천의 모습이 보였다 

 

Take off 하면서 기장이 이런저런 방송을 했는데 6시간 5분이 걸린다는 것과 영화 두편을 상영하겠다는

말을 캐치해냈다. 기내식에 관한 얘기와 기념품을 판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앞에 구비되어있는 책자를 확인해

보라는 추가설명이 있었다. 바로 앞에 구비된 책자를 살펴보았다. 두 가지가 있었다.

Temtations 와 Goingplaces라는 책자였는데, 전자는 기내 방송목록과 쇼핑리스트, 후자는 여행정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어느덧 비행기는 상공을 날고 있었고

창밖으론 마지막 인천의 모습이 보였다


템테이션으로 오늘 방송목록을 확인해보니 영화는 주유소습격사건2와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이었다.

 



주유소 습격사건 2를 틀어줬다. 한국어에 영어 자막.



주습사2가 끝나고 10분정도 후에 바로 번개도둑을 틀었다. 영어음성에 아랍어 자막.

 


좌석에 구비되어있는 담요와 비게. 추위 잘타는 사람은 기내 에어컨으로도 쌀쌀해지니 꼭 확인하자

 

 
히들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는 좁아터진데다가 발도 못뻗어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걸린다고

많이 생각한다. 나도 많이 우려했지만, 발 뻗을 공간은 물론 밑에 짐 하나 더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앞 뒤 좌석간격도 그리 좁지 않다. 물론 넉넉한 최상의 여건은 아니지만 저가항공사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기내식으론 처음에 간식거리로 맥주와 땅콩을 주는데 입맛을 돋궈준다.

12시 ~1시 즘에 정식이 나오는데 치킨과 생선이 있다. 보통 치킨이 인기여서 좌석이 멀다면 생선을 먹기 십상이다.

나도 생선이 싫어 치킨을 먹어야지 하고있는데 앞에서 다 먹었다면서 결국 생선을 먹었다 ㅠ

그때, 내 바로앞에 어떤 외국인은 혼자 치킨을 먹고있었는데, 알고보니 승무원이 지나갈 때 미리 말하여 예약해논 것이다! 치킨을 꼭 먹고싶거나 생선이 싫다면 기내식이 나올 타이밍에 승무원에게 미리 달라고 말하자!

 

 


한가한 타이밍에 담배도 판다. 물론 면세 담배!

면세점에서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헤드셋과 기내 방송 리모컨.

비행기가 이륙하고 땅콩을 주기전에 이 헤드셋을 줄까 하고 물어보는데 방송을 듣고자 한다면 반드시 달라고 하자

처음엔 이어폰이 있어서 그냥 내것으로 듣지 뭐 했는데 위 사진처럼 일반 단자랑은 달라서 일반 이어폰은 꽂으면

한쪽만 나온다. 영화도, 음악도, 기내방송도 한쪽 귀로만 듣고 싶다면 본인 이어폰을 써도 좋다.

 


내 화장실 내부 모습.

변기에 앉아도 문까지 넉넉해서 불편하지 않다. 물도 나오고 액체 비누도 있다.

물론 기내 전 구간은 금연! 화장실도 예외는 없다.

 

 

갑자기 생각났다. 내 옆에 누군가 있었단 사실을.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약간 검은 피부의 남자.

내가 창가 쪽이라 화장실을 갈 때 마다 양해를 구하고 지나다녔는데 처음엔 동남아시아인인줄 알고

“Excuse me” 라며 다녔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고 “다음부턴 잠시만 지나갈게요“ 라고 했는데

대답이 없는 것이었다! 정체가 궁금해져서 내가 먼저 물었다. 이륙후 4시간 만에 처음으로..

 

나 : 한국분 아니세요?

그분 : 맞아요 ㅋㅋ

나 : 아- 그러셨구나 ㅎ 어디 여행가시는 거에요?

그분 : 아뇨, 전 집이 말레이시아에 있어서요.. 한국은 출장온거에요

 

얘기는 길어졌고 서로의 여정과 하는 일 등의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분은 말레이시아에서 혼자 살며 회사를 다니고 한국으로 자주 출장을 간다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혼자 살기라..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오후 5시 5분.. 현지 시간으로 4시 5분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고 그분과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분은 출구로.. 난 환승게이트로..

 

*환승하기! 따로 신고하거나 부가적인 행동 없이 공항 내에 비행 정보 전광판을 보고 자신이 경유해서 다음으로 탈 비행기의 게이트에 맞게 가주면 된다. 인천공항에서 처음에 탔던 것처럼. 전혀 어려울게 없다! 출구로 나가지만 않으면 된다.




MH - Malaysia Hospitality



호주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고 다음날 바로 Resume를 돌려 운좋게 집 근처 라자냐 공장 VESCO에 취직하게 되었고
몇일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새 번 돈이 호주에서 쓴돈을 넘어섰다.
혹자는 그랬다. 내가 아직 와서 한달동안 일도 못구하거나 시급 10불인 한인잡 하는 워홀메이커들에 비해
정말 잘 풀린 케이스라고. 처음엔 나도 이런 상황이라도 감사했고 현실에 만족하려 했다.
하지만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면 절대 도전하지 않게되고,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할수 없다.
오늘, 현실이라는 온실 안에 안주하려던 나를 끄집어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화를 기다려야 일을 받게되는 에이전시의 특성상
전화가 없으면 보통 시티에 나가거나 뚜벅이 투어를 하고있었다.
전화는 밤 7시까지도 없었고 보통 6시~7시 사이에 반가운 목소리로 일을 주는
Kylie의 전화가 그리워졌지만 일이 없음으로 판단하고 매니져 Gerda에게 일좀 많이 달라는
문자 한통을 보내고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보통 매니져인 Gerda는 5시경에 퇴근을 하므로 답장은 없었고
뭐, 밖에서 술마시고 있겠지
라는 생각에 난 밥을 먹고 집에서 인터넷을 하며 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걸려온 전화.
시계는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Kylie : 안녕 에반 카일리에요.
Evan : 오 안녕. 무슨일이에요?
Kylie : 지금 일 가능해요?
Evan : 네? 평소보단 많이 늦었네요. 새벽조인가요?
Kylie : 아뇨 지금. 8시 시작이에요.
Evan : .....

그랬다. 이젠 뭐 일을 10분전에 준다 이거지?
아무리 근처에 사는거 알아도 그렇지.. 그래도 어쩔수 없다. 주는 일은 무조건 해야한다!

Evan : 아,.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Klyie : 아, 오늘은 다른 파트에요. 박스팩킹에 Sue를 찾아가세요.
Evan : Sue 요? 알았어요.

카일리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일을 던져줬고,
난... 받아먹었다.

부랴부랴 뛰어가 도시락도 못챙긴채 허겁지겁 공장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팩킹 라인을 따라 들어가는데 내가 예상했던 Sue라는 이름의 여자는 없었다.
그때,

여자 : 헤이! 거기서 뭐해, 얼른 이거 팩킹해!
Evan : 아, 저 Sue라는 사람을 찾아왔는데요.
여자 : 내가 Sue야. 저기 가서 박스좀 날라와!

왠 베트남 계열의 조그만 여자가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시키기 시작했다.
주변에 한국인이 두 세명 보였고 나머지는 다 흑인이거나 동남아 계열 아줌마, 아저씨때 사람들이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가장 힘든 파트인 포장된 박스 쌓기 일을 부여받았고 일한지 1시간도 안되어
허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받은 일은 다른 사람들이 박스를 포장해서 나오면 
무게 약 20kg 짜리의 박스를 날라다 팔렛트 위에 옮겨 쌓는 일이었는데 도저히 남자 한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듯 보였다.

1시간 후 내가 땀에 절어있자 Sue라는 여자가 힐끔 보더니 누군가를 불러온다.
저쪽에서 일하고 있던 한국인 남자 한명. 그는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에게 이 사람과 1시간마다 Swap 하라고 명령하고는 또 어디로 훽 가버리는 Sue.

나와 스왑한 남자와 얘기를 나눠보니 이거 공장 돌아가는 모양이 가관이었다.
이 남자도 방금 전 박스 쌓기와 쌍벽을 이루게 힘든 일을하다 왔는데
이 공장은 보통 동남아 (베트남, 필리핀 계열) 아줌마들이 꽉 잡고있어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겐 쉬운일을 주고 아무 때나 불러 쓰다 버려도 되는
젊고 건장한 한국인 워커들에겐 가장 힘들고 힘을 많이 쓰는 일을 준다는 것이다.
남자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랬다.
힘 깨나 쓰게 생긴 정말 근육질의 흑인은 빈 박스를 가져다오는 일을 하고 있었고
건강해보이는 베트남계 아저씨는 빈박스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을 더 Swap 하면서 힘든 일만 골라 하면서 울컥해지던 중
갑자기 Sue가 시계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저벅저벅 다가왔다.

Sue : 아, 이제 그만하고 집에가.
Evan : 뭐? 이제 겨우 열두시 좀 넘었는데?
Sue : 내일 West Skills의 연락을 기다려.

그렇게 거의 4시간 가량을 쉬는시간 없이 힘든 일만 하다 집에가란 통보 한마디에 나와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한국인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말을 해보니 다들 시간을 체크하고 4시간 정도 되었을때 집에가라고 했단다.
그렇게 다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고 난 뭐라 표현할수 없는 허탈감에 힘없이 공장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새벽 1시의 밤공기는 차가웠다.



그때 아까 만난 남자와 집이 비슷한 방향이라 같이 가며 얘기를 했다. 그는 공장일을 꽤 많이 해봐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호주의 법상 캐주얼 직원 (일용직) 들은 최소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며
때문에 공장 측에선 당장 가장 힘들고 바쁠때 사람들을 확불러 4시간동안 쉬는시간 없이
풀타임으로 돌리고 후엔 다 돌려보내고 최소한의 정직원 인원으로만 공장을 돌린다는 것이다.

정말.. 참 어이없네. 일주일에 세네번, 그것도 가장 바쁠때 잠깐 쓰고 버리다니..

정말 여긴 차 매장이 많다. 몇개의 브랜드가 한곳에 밀집되어 있구나


그는 이 근처는 공장지대이니 다른 공장들을 더 Contact해 보라는 말과 함께
이 근처 공장은 잉햄(Ingham), 바터(Steggles) 가 호주의 삼성, LG로 불릴만큼
시급 및 복지가 좋고 정직원으로 6개월 보장도 된다니 이 둘을 노려보라는 정보를 주었다.

집에 다왔을때 문득 결심했다.
그래, 여기서 멈춰 있을순 없어. 정직원이 되어야겠다.
일단 내 생각을 바꿔야 겠다. 지금은 일을 구한게 아니라 잠깐 용돈벌이 하고 있다고.
정말 내가 구하게 될 일은 그 이상의 것이라고.
내일 바로 다른 일자리를 Contact 하러 나가야 겠다는 결심과 함께 호주에서의 1주일째 밤이 저물었다.

[11] 호주에도 PC방이?!

호주워킹홀리데이/Perth, WA 2011. 11. 23. 20:48 Posted by kmarinek
호주는 이제 서서히 가을로 접어드는 5월입니다.
5월에 가을?! 그렇습니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계절로 호주에서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
폭염의 크리스마스를 기대할수 있습니다 ^^

한가로운 평일의 퍼스 시티 거리.



역시나 오늘도 일 스케쥴은 없습니다.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잡 에이젼시에서 일하기란 꼭 주인 오기 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꼴같군요. 오늘은 시티나 나가서 볼일을 좀 봐야겠습니다 ^^
퍼스시티 명품거리. 유럽풍 건물과 도로에 흔히 들어도 알만한 브랜드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의 Shop 들이 모여있다.


퍼스 시내 중심. 한가로운 평일이지만 사람이 비교적 많습니다.


오늘은 한국음식도 좀 사고 이력서를 더 뽑아가야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Job Agency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간 제가 속이 터질것 같거든요.
연락안오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 보단 한 곳이라도 더 Resume를 돌려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서 우선 한인마트에 가서 장을 좀 보고, 전에 사람들에게 들었던 시내 PC방을 들러봐야겠습니다 ^^


시내 중심가를 나와 신호등 건너기 전 China Town으로 가는 다리쪽으로 가면 한인마트가 있습니다.


한참을 사람들이 설명해준 거리를 걷는데 아니, 도대체 PC방이 어딨는거야?
간판도 안보이고 딱히 PC방이라고 써있지도 않고 -_-; 그때 머리위로 보인것은! 응?
여기... 호주 맞아?

가.. 강남역..? 여긴 사실 Perth Underground역인데..;;


그렇다. 사람들이 설명해준 PC방은 강남역 PC방.
보통 인터넷을 하러 가거나 종종 게임을 하는 외국인을 볼수도 있고
저처럼 Resume를 뽑으러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바로 옆에는 유학원이 자리하고 있어 여기저기 정보 얻기에도 좋습니다 ^^

 

강남역 내부 모습. 한국 PC방보단 작은 수준이지만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분위기가 한국을 떠올리게 하네요.


[10]일요일엔 교회를 가자

 

: 호주 교회 탐방기!

 

 

대부분이 주 5일제인 호주에서

주중에 열심히 일했다면 (Working)

주말엔 확실히 쉬어줍시다! (Holiday)

 

일요일엔 특히 초반 정착기에는 사람들도 만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교회에 많이 간답니다.

 

보통 쉐어 메이트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가는

교회를 따라가기 마련인데

저도 역시 룸메이트가 다니는 교회로 따라 나섰습니다 :)

 

교회는 라이프 라인 (Life Line)이라는 장로교회였는데

퍼스 시티역에서 미들랜드(Midland) 방향 트레인을 타고

약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배센딘(Bassendean)역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교회입니다.

 

퍼스엔 한인교회가 꽤 많은데

이 교회는 특히 젊은 나이 또래의 사람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베센딘 교회 (Bassendean Presbyterian Church)

 

 

원래는 오지(Aussie, 호주인) 교회인데 아침 9시부터는 오지교회로

12시 부터는 한인 교회로 변한답니다. 일종의 장소 빌리기죠.

 

예배는 12시부터 1시까지가 보통이고 예배가 끝나면 공동체끼리 모여

조활동을 한답니다. 처음 왔을 경우엔 새신자라 하여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한 후 조를 배정 받습니다.

조 활동을 하면서 교회에서 나눠주는 밥 (보통 비빔밥입니다)을 같이 먹으며

얘기도 하고 친해지게 됩니다.

 


조 활동을 하게 되는 교회 뒤뜰

 

 

 

나는 한국에서부터 드럼을 쳤었기에

역시나 여기에서 드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오후 예배조 드럼이 없다고 하여

바로 쳤습니다 :) 오자마자 드럼친 애는 제가 처음이라네요

다음주부터 같이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군대에 있을때부터 교회에서 악기 다루는 재미에 살았었습니다.

여기도 물론 악기가 다 있고

배우고 싶은 사람은 악기 연주자들과 친해져서

악기를 배울수도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피아노 연습할 때 여기에서 해야겠습니다 ;)

 

 

 

 

 

 

 


교회 정문. 작은 규모의 교회입니다.

 

 

보통 낮 예배만 드리고 가면

조활동 끝나는 시간까지 2시~3시면 끝납니다.

오후 예배는 4시 45분에 시작하고

끝나면 6시~6시 반정도가 되는데

해가 금방 지기 때문에 많이 어두워져서

멀리 사는 사람이면 교회 사람들끼리 차를 같이 타고

집 앞까지 픽업해줍니다.

 

기독교인이라면 호주에 와서도 당연히 교회를 가겠죠?

비 기독교인이라도 일요일에 할 일없다고 집에 짱박히는것보단

교회라도 가는게 조금 더 도움이 될겁니다 ;)

 

다만! 교회에 또 너무 빠져버리면

자기 시간 뺏기고 생활이 없어집니다.

뭐든지 적당히!

[9] 한국사람이라면 밥을먹자

 

: 호주에서 밥 해먹기!

 

어느덧 호주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일주일간의 식단은

 

아침 : 시리얼, 우유

점심 : 파스타(스파게티)

저녁 : 토스트, 계란후라이, 베이컨

 

보통 이랬다. 어쩔땐 두끼를 먹기도 했고

나름 외국 왔으니 서양식으로 먹어보자고 해봤지만

이건.. 일주일정도 되니 물리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

한국사람은 역시 밥이다!

 

 

  

시티가는 지하철(트레인) 안에서. 평일 오후 1시는 조용하다.

글렌달로(glendalough)역에서 시티역까지 거리는?

- 2정거장 1존(zone)이며

- 약 7분이 소요됩니다

- 교통비는 1존 2.4불이며

- 스마트라이더(Smart Rider)가 있으면 2,2불

- 오토로드(Auto Load)를 시켰으면 1.8불입니다.

 

  

역시나 퍼스 시티 역에는 사람이 많다.

 

 

시티역에는 장 볼 곳이 많다.

우선 가장 유명한 울워스(Woolworths)부터 콜스(Coles) 및 아이지에이(IGA Mart) 까지

호주판 이마트가 다양하게 모여있고

김치나 라면을 살수 있는 반가운 한인마트도 많다. (하이마트, 서울마트 등)




  

울워스에서 산 쌀과 소고기 스테이크. 쌀은 5Kg에 11불 정도

 

울워스에서는 리듀스드(Reduced)라고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은 제품에

한하여 가격 세일을 합니다. 보통 육류, 빵, 우유 등에서 적으면 1~2불

많게는 반값까지 가격이 떨어집니다. 보통 유효기간이 하루~4일 정도

남았을 때 직원이 직접 와서 할인된 가격을 덧붙이는데

사진에서 보듯 Reduced라고 써 있고 할인된 가격으로 살수 있습니다.

 

이때 직원이 붙이는거 보고 바로 샀는데 비프스테이크 채끝살 340g 정도를

8.8불이었던 것을 4.49불에 샀다. 유통기한은 내일까지.

난 오늘 당장 먹을 것이었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하이마트에서 산 코리아 김치 1Kg (7.3불) 처음으로 지은 밥.

 

 

이렇게 장본 것들로 스테이크를 해서 밥에 야채에 먹었다.

오랜만에 밥을 먹으니 든든했다. 근데 이거.. 밥이 예전에 필리핀에서

먹었던것처럼 훌훌 불면 날아가는 타입이었다. 여기가 쌀이 원래 그런건가..

아니면 밥솥이 않좋은건가.. 생각중인데 내가 밥먹던 모습을 보던 형이 알려준다.

롱그레인 라이스(Long Grain Rice)가 원래 그런 타입의 쌀이라고.

가격이 싼 대신 이런거 안좋아하는 사람들은 못먹는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쌀은 미들그레인 라이스다.(Middle Grain Rice)

쌀은 보통 많이 사기 때문에 롱그레인 사고 나처럼 고생하지 말자 ㅠㅠ

 


-Seeking & Holiday :)

[8] Seeking Holiday

 

: 일구하며 놀기!

 

 

베스코에서 처음으로 일을 한 후

웨스트스킬즈의 불안정한 고용에 실망한 나는

구직활동은 꾸준히 하기로 생각했다.

 

일단, 정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이상은

언제 일하라고 연락올지 모르는 상황에 안주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제 저녁 7시에 일하러 오라는

카일리의 전화를 받았지만

난 전화만 기다릴순 없다! 내 밥그릇을 찾아 먹으러

다시 가방에 물한병과 레쥬메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아는 형을 통해 알게된 ISS라는 에이전시.

오스본 파크에 있었는데 웨스트스킬즈 바로 옆에있었다.


      

ISS Recruitment Service.

 


청소와 마이너, 경호원을 뽑는데 각 폼마다 다르게 지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청소잡에 지원했고 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하고 제출하고 나왔다.

오스본 파크쪽에 호수공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스카보로 비치길로 쭉 따라 걸어나와봤다.

차도를 건너 가보니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호수공원이긴 한 것 같은데..

국립공원이라 잘 꾸며져있진 않았다. 뭔가 자연의 느낌?






허즈만 호수 공원 (Herdsman Lake Regional Park)

생태계를 보호하는 프로젝트라고 협조바란단다. 호수가 정말 크긴 했다.

`

가다보니 길이 막혀있기도 하고 어디 앉을 데도 없고 정말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공원좀 구경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 : Hello, This is Evan.

여자 : Hi, Evan. This is Kylie.

나 : Oh, Kylie. I know you~

카일리 : Hahaha. 에반, 오늘 일 할수 있어요?

나 : 아.. 오늘? 그래 좋아.

카일리 : 그럼 오늘 6시까지 베스코로 가주세요.

나 : 아.. 여섯시? (시계를 보니 5시였다) 알았어요

카일리 : 좋아요. 베스코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나 : Ok. Thank you. See ya

 

또 1시간 전에 일을 줬다.. 집 근처라 다행이지

시티나 멀리 있었으면 어쨌을려고 -_-

그렇다고 거절하거나 뭐라 할 입장도 아니고... 흠

어쨌든 이제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다

문득 베스코에서 일하는 P형이 생각났다. 전화기를 들었다

 

나 : 형, 저에요

P : 오, 잘지내?

나 : 네 ㅋㅋ 오늘 저 베스코에서 일할 것 같아요

P : 아, 그래? 잘됐네

나 : 밤 6시부턴데요, 볼수 있을까요?

P : 난 10시부턴데. 잘하면 보겠네

나 : 그래요, 그때 뵈요. 지금 뭐하세요?

P : 아는 형 이사가서, 짐 옮겨 주고 있어

나 : 아, 그래요 . 수고해요~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다.

서로 이사할 때 짐 옮겨 주고

호주에서 한국사람끼리 사기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도와주는 경우는 훨씬 많다.

오기도 전에 외국 왔으니 한국 사람 피해다녀야지~

하면서 독고다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별로 좋은 선택같진 않다. 한국 사람 피해다닌다고 꼭 영어가 느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귈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착하고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 적당한 한국인과의 교제는

정보력을 넓히고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영어 쓰고 외국인 사귀고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집에 거의 다다랐다.

문득 생각한게 어제 도시락을 먹다 물통이 없어 물을 못 마셨다는거

휴대용으로 들고다닐수 있는 물통이 필요해!

근처엔 쇼핑센터가 없다. 살 수 있는 곳은 트레인역 편의점 뿐.

 

 


Glendalough Train Station에서 산 게토레이(Gatorade) 600ml : 3.9$

 

* 몇일 뒤 한인마트에서 같은 제품을 1.8$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급한게 아니라면 트레인역에서 파는 제품은 참는게 좋습니다. 다른 마트 혹은 울워스에서 같은 제품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7.5] 베스코에서의 첫날밤 :)


: 끌려다닐수밖에 없는 노사관계!


내일 아침에 일도 나가겠다- 일찍 자려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던 참에..
갑자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여자 : 에반, 게르다에요 (Gerda)
나 : 네? 누구요?
게르다 : 웨스트스킬즈의 게르다요. 혹시 카일리(Kylie)한테 내용 들었나요?
나 : 카일리라면 아까 저 면접봐준 여자?
게르다 : 맞아요, 에반 내일 스케쥴이 취소됐어요
나 : 네? 그럼 어떡해요
게르다 : 지금 밤에 베스코로 갈수 있어요?
나 : (시계를 보고) 몇 시까지요?
게르다 : 7시 반까지요
나 :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있었다).... 근데 지금 그 일이 풀타임인가요?
게르다 : 에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떡할거에요?
나 : 아, 할게요. 지금, 지금 할게요
게르다 : 좋아요, 만약 베스코에서 못들어가게 하면 전화해요.
나 : 알았어요.

이런.. 일 나가기 30분전에 알려주다니
저녁을 후딱 먹어치우고 급히 도시락을 쌌다.
(여기 공장은 식사가 따로 안나옵니다. 밥을 싸가야 합니다.)

형들은 오히려 잘 됐단다. 야간에 일하면 시급이 더 좋단다.

시급은 11시 이후로 20불로 오르지만..
뭔가 이거...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는 분위기?

스케쥴이 계속 불안정하고 전화를 받아야만 일을 나갈수 있으니..
30분 전에 통보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결국 7시 반에 공장에 도착해 첫 공장일을 했고
팩킹 (packing) 파트에서 박스 나르기를 했다.
처음하는 거라 재미는 있었지만 10kg 짜리 박스를 400개 정도 옮기고 나니
이두근과 대흉근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일은 나름 재밌었고 새벽 2시에 끝났다.

끝나고 나니 허무했다. 내일 스케쥴도 모르고 또 웨스트스킬의 연락을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거.. 잡 에이젼시가 이래도 되는 거야?!

Osborne Park의 유명한 Job Agency. 웨스트스킬즈 Westskills

[7] 첫 일자리 구하기

호주워킹홀리데이/Perth, WA 2010. 5. 20. 01:50 Posted by kmarinek

[7] 첫 일자리 구하기

: 나의 첫 발품팔이 도전기

 

맑은 하늘, 우리나라의 가을을 연상케하는 지금 호주의 날씨.

같이 사는 룸메이트 형에게 공장지대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그쪽으로 구직활동을 하러 나갈 참이었다.

 

가방에 레쥬메(Resume, 이력서)를 가득 챙기고서 선크림을 바르고 나갔다.

오직 오스본 파크쪽에 공장지대가 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정말 말로만 듣던 발품팔이다.

 

자,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출발해 볼까?!

 


빅토리 라이프 센터(Victory Life Centre), 오스본 파크(Osborne Park)공장 지대롤 들어가는 길에서

 

 

일단은 막막했다. 하지만 주변 구경한다 생각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로 했다.

글렌달로에서 오스본 파크로 넘어가는 지역에 있는 스카보로 비치 로드에 길을 따라 쭈욱

공장과 창고, 여러 가게들이 나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뭔가 있음직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우연히 발견한 베스코(Vesco)

난 여기가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가서 리셉션(Reception)에 이력서만 내고올 요량으로

갔었다. 하지만 데스크에 여자는 레쥬메를 받지도 않고 명함을 하나 내밀며 전화해보라 했다.

 

명함에 적힌건 얼추 보아하니 잡 에이전시(Agency).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나: Hello, 베스코라는 데에서 이 번호를 줬는데요..

여자 : Hi, 혹시 일을 구하시나요?

나 : 네, 일을 구하러 갔다가 이 번호를 받아서 전화했습니다.

여자 : 좋아요,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나 : 네? 아뇨 전 혼잔데요.

여자 : 그렇군요, 여기로 올 수 있겠어요?

나 : 네, 주소를 갖고있습니다. 바로 갈게요.

 

여자는 친절했고 대화는 일사천리였다. 근데 왜 여자친구있냐 물어보지?

일단 무작정 찾아가기로 했다.

주소는 갖고있었지만 어딘지 알턱이 있나.. 마침 골목에 중년 남자와 여자가 대화하고 있길래

주소를 물어보고 알려준데로 또다시 걸었다.

 

걷다가 가구단지가 나와 그냥 눈에 보이는 가구창고(warehouse)에 무작정 들어가

일자리 남는거 없냐고 물어봤다. 총 3곳중에 한곳은 필요없다고 했고 한곳은 레쥬메만 받아줬으며

나머지 한곳은 어디사냐, 무슨 일을 할 수 있냐 등 질문을 많이 하고 관심을 보였다.

 

처음엔 머뭇머뭇하지만 계속 하니까 요령이 생긴다. 말도 잘 나오고 잘 알아듣게 된다.

역시 뭐든지 일단 부딪히는 거다!

 

계속 걸어가자 찾던 길은 나왔는데 번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지나가던 동양인을 붙잡고 물어봤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다행히 내가 있던 길에 자기 사무실이 있어 같이 가면서 알려주었다.

 

나 : 28번지를 찾고 있어요.

남자 : 월터스 드라이브(Walters Drive)가 여기니까.. 이 앞이 11, 이 옆이 12..

나 : 그럼 저쪽이 13이겠군요

남자 : 저쪽으로 쭉 걸어가면 나올거에요

나 : 고마워요, 실례지만 어디서 왔어요?

남자 : 전 태국에서 왔어요. 학생이에요?

나 : 워킹홀리데이로 왔어요. 글렌달로에 살고있고요. 여기 사세요?

남자 : 아뇨, 여기 직장이 있어요.

 

동양인끼린 아무래도 금방 친해진다. 얼마후 남자는 내가 찾던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들어갔다. Impact라는 사무실이었는데 무슨 일을 하는 진 잘 모르겠다.

 

 

 


어쨌든 힘들게 찾아간 에이젼시. 이름은 웨스트스킬즈(Westskills)였다.

 

 

내가 처음으로 찾아간 잡 에이전시는 웨스트스킬즈였다.

들어가자마자 한 여자가 나를 반겼다. 작은키에 통통한 몸매의 안경쓴 여자.

 

여자1 : Hi, 너 에반이지?

나 : 오, 맞아요. 아까 전화했던..

여자1 : 굿. 레쥬메는 갖고 왔어요?

 

그때, 또각또각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키 큰 빨간 머리의 백인 여자가 한손에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프랑스여자로 보였다.

 

여자2 : 누구야?

여자1 : 구직자요, 전화하고 왔어요.

여자2 : 좋네, 혹시 누구 아는사람 있어요?

나 : 어디요? 여기요? 아님 베스코?

여자2 : 어디든,

나 : 음..(이때 갑자기 생각난 어제 그 형, 베스코에서 일한다 했지) P요.

여자2 : P? hahaha 나 잘아는데

여자1 : 아, 그 blah blah blah?

 

둘이서 P형 얘기를 하면서 웃는다 -_- 뻘쭘해진 나..

그때 빨간머리의 여자가 날 보며 묻는다.

 

여자2 : 그래, P보다 당신이 낫나요?

나 : 음.. 물론이죠! (Sure!)

여자1 : hahaha, 그럴땐 더 낫다고 하는거에요 (Even better)

나 : 맞아요. 더 나아요 (Even better)

나, 여자1,2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당신한테 하나 배웠어요. 고마워요

여자1 : you're welcome :)

 

훈훈한 분위기속에 대화가 끝나고 여자1은 날 친절히 대해줬다.

 

레쥬메를 받더니 다른 방으로 이동한다. 시청각실 같은 곳에서 비디오를 틀어주고는

폼(form) 몇장을 주더니 비디오 보면서 작성하란다.

알겠다고 하고 폼을 뒤적뒤적 거려보니,

TFN을 적는 양식, 개인 신상을 적는 양식, 임금지불양식 등과

비디오를 보고 푸는 듯 한 문제지도 있었다.

 

거의 30분간을 열심히 적었다. 비디오도 처음엔 양식적느라 정신팔려서

한번 더 돌려봤다. 문제도 다 풀고 그 여자를 찾아갔다.

 

나 : 다 했어요.

여자1 : 오, 잠깐 가있어요. 제가 갈게요.

 

여자는 바빠보였고 난 얌전히 기다렸다.

잠시후 오더니 내 양식을 검토하고는 이제 끝났단다.

오늘이나 내일 전화 줄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나 : 아, 제가 아직 TFN이 안나와서요, 이거 나오면 다시 찾아오면 되나요?

여자1 : (명함을 주면서) 여기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나 : 고마워요. have a good day!

 

여자는 끝까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구직 첫 날부터 느낌이 좋군! :)

 


돌아오는 길에 찍은 Walters Drive.

 


Scarboro Beach Road.

 

 

돌아오다가 홀덴 매장 건너편에 건물이 하나 보였다.

왠지 뭔가 있을 것같아 들어 갔는데 역시나 간판에 Recruitment라고 써있었다.

옳거니, 하고 들어간 곳엔 작은 규모의 에이전시가 하나 있었다.

 

나 : 일을 구하러 왔는데요,

중년 남성 : 엇? 광부인가요? (miner)

나 : 아뇨;;

중년 남성 : 여긴 광부만 뽑아요 :)

 


안타깝게도 광부와 엔지니어만 뽑는 EMS Recruitment. 기술이 있는 사람은 가보도록.

건물에서 나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나 : Hello. 에반입니다.

여자 : Hi, 웨스트스킬즈에요

나 : 아.. 나 당신을 알아요 (I know you)

여자 : 에? hahahahah 날 안다구요? 고마워요. 에반, 내일 아침에 시간 돼요?

나 : 물론이죠, 일이 벌써 났나요?

여자 : 두 개가 있는데.. 내일 6시 45분 까지 베스코를 갈 수 있어요?

나 : 좋아요, 두 개 다 할수 있어요.

여자 : 아니에요, 이게 더 나아요

나 : 알았어요, 내일 아침 베스코로요?

여자 : Fantastic. 슈퍼바이저(Supervisor) 이름은 푸엉(Fuong)이에요.

나 : OK. 알았어요

여자 : 저한테 다시 알려줄래요? 몇 시에 어디로요?

나 : 6시 45분에 베스코~

여자 : Fantastic. 슈퍼바이저 이름은?

나 : Fuoug~! (계속 판타스틱 그러네..)

여자 : Hahaha. 좋아요. 기억해요 에반. 당신은 우리 최고추천인이에요 (Best Recommender)

나 : Fantastic~!

여자 : (여기서 빵 터졌다.) hahahaha. Fantastic. :)

나 : 좋아요. 내일 바로 갈게요. 고마워요 :)

 

등록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연락이 왔다. 그것도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 했다.

내일 아침이라.. 오늘 일찍 자야겠군.

 

집에 가려다가 아직 날이 밝아서 아쉬운 마음에 반대쪽으로 걸어가봤다.

물론 빼곡이 사람 사는 집밖엔 없었지만, just sightseeing ^^

 

그때, 풀숲에서 튀어나온 고양이 한 마리

여긴 이상하다. 고양이가 사람을 따라온다;;

집고양이라 그런가?

걸어가는데 계속 야옹 야옹 거리면서 따라오는 고양이.

걸음을 멈추고 쓰다듬에 주니 굉장히 좋아한다.

 

       

사람을 따라오는 이상한 놈. 만져주니 이렇게 좋아하는 고양이는 처음 봤다.

 

 


고양이를 만지다 우연히 교회같은 건물을 봤다.

아, 이런곳에도 교회가 있구나.



    

St. Bernadette's Church, Glendalough.

 

안에는 몇몇 호주 노인분들이 있었는데 모여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한번 가봐야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공장같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뭐지? LJ Goody Bioethics Centre 바이오에틱? 일단 한번 들어가보자.

 

 

업무가 거의 끝난 듯 했고 사무실에서 한 금발 여성이 나왔다.

가방을 메고 문을 잠그는 걸 봐선 일이 끝나고 퇴근하는 것 같았다.

 

여성 : 뭐 도와드릴까요?

나 : 아.. 그냥 구경중이었어요 :)

여자 :그렇군요.

나 : 음.. 이게 정확히 무슨 건물이죠? 바이오에틱?

여자 : 아,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건데요,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에요.

나 : 아.. 일종의 사회기관인가요?

여자 : 음.. 주관은 따로 있지만, 그런 셈이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거에요.

 

뭔가 어려운 단어와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암튼 뭔가 좋은일을 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자신의 차로 보이는 폭스바겐 뉴비틀에 가방을 넣고 시동을 걸었다.

 

나 : 그렇군요, 이제 퇴근하시는 가봐요?

여자 : haha, 그래요, 집에 가야죠. 여기 놀러오신거에요? (Holiday)

나 : 네, 워킹홀리데이로요.

여자 : 아~ 워킹홀리데이. 어디서 왔어요? 일본?

나 : 아뇨, 한국이요 ㅎ

여자 : 그렇군요. 여기 살아요?

나 : 바로 옆에요, ㅎ 퇴근하세요, 전 마저 구경하다 갈게요

여자 : 그래요, 좋은 여행 되세요 :)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일본인인줄 안다. 필리핀에서도 그랬는데 ..

 

뉴비틀을 배웅해주고 사진 좀 찍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첫 날 구직활동은 성과가 좋았다!

 




[6] 이웃 블로거를 만나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어떻게 호주에 올 계획을 세웠느냐.

유학원? 대행사? 아니면 엄마 아빠가?

아니다. 철저히 혼자 계획하고 혼자 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는 어떻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인터넷 검색이 주를 이루게 된다.

특히나 호주로 먼저 떠난 사람의

블로그를 보는 것이야 말로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정보를 얻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통로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자주 보던 한 블로그가 있었는데

군대에 있을 때부터 항상 구경 하면서

댓글로 인사하고 정보를 나눴었다.

사실 그 분의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

호주의 첫 도시를 퍼스로 정하게 된 것에도 그분의

블로그가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었다.

 

그런데 웬걸! 아무 생각 없이 나는 나대로 쉐어 구해서 오고

그분은 그분대로 쉐어 구해서 왔는데 ..!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 .. -0-

 

나 : 저 오늘 퍼스로 왔어요! glendalough로 왔어요 ^^

그분 : 잘 오셨어요~ 저도 그렌달로에 있는데?

나 : 설마...

그분 : 설마...

 

그분이 토요일날 외국인 쉐어를 얻어 이사를 가신다셨기에 우린 급하게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주소를 확인했다. 결과는 바로 옆집 ^^**

 

둘다 : 이건.. 말 도 안 돼 !

 

정말 말도 안돼는 인연이었다. 서로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분이 야간에 공장일을 해서 서로 약속을 잡다 낮 1시에야 겨우 만났다.

서로 시티에서 업무 볼게있어 시티에 가기로 했다.

 

그분은 호주 온지 약 3개월 정도 되어서 그런지 많이 적응한 모습이었다.

차도 있었고 이미 농장에 있다 시드니를 거쳐 퍼스로 온진 며칠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공장일을 하고 있었고 많이 안정적으로 보였다.

나이는 나보다 4살 많은 형이었다. 남자는 다 똑같다. 군대, 고향, 학교얘기로

퍼스시티로 향하는 차 안에서 대화는 길어졌고 우린 이미 말을 편하게 하고 있었다.

 

나 :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다크서클에;;

그분 : 응, 공장일이 밤 10시부터 아침 6까지라..

나 : 밤낮이 완전 바뀌고.. 자기 생활도 없지 않아요?ㅠ

그분 : 그치.. 나 블로그에서 보던 거랑 많이 다르지 ㅋㅋ

나 : 형 사진을 보긴 했는데 ㅋㅋ 살이 좀 빠졌네요

그분 : 나 여기서 10kg 빠졌어.. 완전.. 돈독이 올랐지..

 

맞다. 돈에 너무 연연하면 생활이 없어지고 몸이 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까지 시간당 20불씩 받으며 비교적 쉬운 공장 청소일(물뿌리기)을

하는 형이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건 사실이다.

 

여기 대부분 사람들은 잡이 없거나 못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있더라도 형편이 안좋은 일이거나 시급이 낮다 (10불~17불)

때문에 다들 몸은 힘들지만 안정적인 고소득의 공장 일을 선호한다.

덕분에 공장은 지원자들로 넘쳐나고 지원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빠짝 일해서 빠짝 벌고, 놀땐 확실히 놀라고.

하지만 여기선 그런 일은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일거리가 항상 받쳐준다면야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겠지만,

일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나를 잡게 되면 놓지 못하는게 사람 맘이기 때문이다.

 

 

시티에 도착해 형 차를 주차장에 대고 중심부 머레이 스트릿쪽으로 향했다.

형은 레쥬메를 몇장 뽑으러 피시방(강남역)에 왔고 나도 온김에 5장을 뽑았다.

1장에 20센트. 5장 해서 1불로 깔끔히 해결했다.

피시방을 나서서 웨스트 팩(West Pac)에서 형은 ATM 인출하고

나는 에이엔지(ANZ)에서 이자 계좌를 개설 했다 (온라인세이버)

또 내 핸드폰을 옵터스(Optus)매장에가서 30불치 충전하고 요금제를 터보차지로 바꿨다.

스마트라이더를 오토로드 시키러 언더그라운드역으로 갔는데 형이 많이 피곤해 보였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했다

 

나 : 형 많이 피곤하죠;;

형 : 으응;;

나 : 얼른 집에가죠, ㅋㅋ 가서 좀 자요?

형 : 좀 자야지, 또 일 나가려면 ㅎ

 

시티 업무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또 많은 얘기를 했다.

서로의 목표, 영어에 관한 견해, 워홀에 관한 견해..

역시 배울게 많은 형이었고 부모님도 생각하는 기특한 효자였다.

예상했던 것처럼 나와 생각이 많이 통했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영어도 참 자연스럽게 잘 했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찍은 풍경. 건물이 참 예뻤다.

 

 

 


돌아오는 길, 형 차안에서

 

 

형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3개월 후는 어떨까? 나는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갈까?

분명한건 걱정보다는 기대가 우월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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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와서 보고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데도 많을테지만,

어딜 막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정착해 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기가 사는 동네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는 곳은 그렌다로 (Glendalough) 라는 곳.

퍼스 시티에서 두정거장이면 닿는 1존 거리이지만

시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공장지대와(오스본 파크쪽) 사람들이 빼곡히 사는 집들, 그리고 자동차 매장.

 

우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섰다.

 


호주에서 내 손으로 만든 첫 아침. 믹스 베지터블, 토스트에 베이컨, 우유에 시리얼, 바나나와 쥬스

 

 


주간 스트리트(Jugan St.)와 밀튼 스트리트(Milton St.)




태즈만 스트리트(Tasman St.)

 

 

 


뒤에 보이는 예쁜 하얀집.

 

 

 


No Through Road

 

 

 


집앞 대로변. 한국처럼 차가 많이 다니진 않는다.

 

 


이름 모를 새. 한국의 비둘기처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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