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 탑승 정보 전광판과 내 환승 티켓과 비교해보며 퍼스행 비행편을 찾았고 게이트 C35라는 것을 알아냈다.
음.. 배가 좀 출출한데.. (점심 기내식으로 생선세트를 먹어 속이 그리 좋지 않았다..)
주변에 식당으로 보이는 곳이 한 곳 있었지만 환승은 처음 해보기에 일단 게이트에 도착한 후에 생각하자고 넘기고 게이트 C35를 향해 계속 걸었다.
걸어 걸어 도착한 게이트는 인천에서처럼 구석에 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의자만 덩그러니..
백팩이 너무 무거웠기에 일단 어깨를 쉬게하려고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땀을 닦아냈다. (역시나 말레이시아는 더웠다) 우측에는 백인 금발 아줌마가 여유롭게 혼자 책을 읽고 있었고 좌측에는 동남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중년 아줌마가 혼자 디카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인천과는 다르게 여유로왔던 퍼스행 게이트
삼성은 여기에도 있었다!
나 : 후- 더워라 ㅠㅠ
동남아 아줌마 : 솰라 솰라
나 : 네?
동남아 아줌마 : 사진좀 찍어 주실래요?
나 : 물론이죠 ^^
(찰칵)
동남아 아줌마 : (사진을 보더니) 흠.. 솰라 솰라
나 : (보니까 아줌마가 좀 작게 나왔다. 배경이 크고) 좀 작죠? 크게 찍어드릴게요
동남아 아줌마 : 오케이
(찰칵)
나 : (이정도면 적당하군) 이제 좀 크게 나왔네요
동남아 아줌마 : (뭔가 맘에 안든 듯) 솰라 솰라
나 : (동남아 영어발음은 너무 힘들어 ㅠㅠ) 익스큐즈 미?
동남아 아줌마 : 몸이 다 나오게 해줄순 없나요? (Top to bottom)
나 : (그거 하나 들렸다) 아 아~ 오케이 오케이
(찰칵)
동남아 아줌마 : (이제야 만족) 굿~
나 : ^^
동남아 아줌마 : 호주 살아요?
나 : 아뇨 워킹홀리데이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동남아 아줌마 : 오~ 코리아. 알아요. 난 캄보디아에서 왔어요 ^^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배고픔을 잊고 대화는 길어졌다. 경유 시간이 2시간 이었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대화했다.
캄보디아에서 전쟁으로 상황이 좋지 않자 호주로 건너왔고 지금은 23년째 호주에 거주중이라는 리나 아줌마(Rina) 나이는 50대 중 후반 이었고 나랑 정말 별 얘기를 했다 ㅋㅋ
그러던 중 갑자기 우리 앞을 지나가는 백인 아줌마. 리나 아줌마랑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인사한다.
리나 아줌마 : 헬로. 하와유? ^^
백인 아줌마 : 굿. 어디 여행 갔다 오세요?
리나 아줌마 : 아뇨. 집에 가는 거에요. 캄보디아가 친정이거든요
백인 아줌마 : 오~ 그래요? 퍼스 사세요?
둘의 대화가 이어졌고, 난 중간에서 구경중 ^^
리나 아줌마 : 아, 이친구도 퍼스 가요, 워킹 홀리데이 왔데요
백인 아줌마 : 아~ 헬로 하와유 ^^
나 : 굿. ^^
백인 아줌마 : 어디서 왔어요?
나 : 한국이요
백인 아줌마 : 오! 내 사촌의 아들의 아내가 한국인인데!
갑자기 나와 백인아줌마의 대화로 이어졌고, 통성명을 했다. 남편은 캐나다인, 본인은 독일인, 자식들은 각각 말레이시아, 영국, 미국에 가서 살고 있다는 레이나 아줌마. 나이는 60세.
나 : 글로벌 패밀리네요 ㅋㅋ
레이나 아줌마 : 아주 다양하지 ㅋㅋ
호주 얘기와 한국이야기, 독일 이야기, 캄보디아 이야기가 오고갔다. 정말 글로벌한 대화를 하다 레이나 아줌마가 동독, 서독 얘기를 하면서 한국의 분단에 대해 말을 했다. 자신이 독일 살 때는 분단중이었는데 호주갔다 오니까 통일 되어져있었다는 이야기. 한국도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아마 몇십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현실과 그런 상황에서도 수뇌부는 잘 먹고 잘 산다고 하며 혀를 찼던 아줌마. 신나게 대화하다 남편이 기다린다며 자리를 떠났다. It was a nice talking ^^
자식이 4명인데 제일 어린 아들이 32살이라던 리나 아줌마
보딩 타임이 되어 짐검사를 하고 대기실에 들어와서 아줌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중.
아줌마가 갑자기 펜과 종이좀 달란다. 잠시 후 돌아온 종이엔 전화번호와 주소가 적혀있었다
리나 아줌마 : 혹시나 무슨일 있으면 연락해, 이번주는 안되구, 다음주부터 ^^
나 : 아, 고마워요~ 이번주엔 무슨일 있어요?
리나 아줌마 : 아니, 캄보디아 갔다 오느라 핸드폰 아직 안살려서.. 담주에 살리려구
마음씨 좋은 아줌마 ^^ 퍼스 남쪽에 케닝베일이라는 곳에 산다는데 구글 어스로 살펴보니 나와는 꽤 멀다.
차로 한 시간 잡아야 할 듯.. 나중에 차 사면 찾아 뵐게요 ^^
퍼스행 말레이시아 항공편 내부. 말레이시아도 안녕
퍼스행 비행기는 기내식이 좀 달랐는데 말레이시아행에 나오던 김치가 없고 치즈 케잌이 나온다.
뭔가 더 비싸보이긴 했다.
옆자리엔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탔는데 계속 내쪽을 힐끔힐끔 보길래 먼저 말을 걸었다.
말레이시아 인이었고 퍼스에 형제들이 있단다.
2주 놀다 갈거라며 말레이시아 특유의 빠른 영어를 구사했다. 알아 듣기 힘들었지만 의사소통엔 문제 없었다.
저녁 기내식을 먹고 (이번엔 다행히 치킨이 남았었다. 근데 별로 맛이 없었다 ㅠㅠ) 영화를 보다가 내가 최근에 본게 셔터 아일랜드라고 하고 너도 봤냐고 하니 봤는데 이해를 못하겠단다 ㅋㅋ 난 재밌게 봤는데..
“아니, 디카프리오가 정상인인지 정신병잔지 끝까지 말을 안해줘”
(음.. 그게 바로 그 영화의 포인튼데..) “글세, 나도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But I enjoied ^^"
어느새 창밖은 어두워졌고 시간은 밤 9시를 지나고 있었다. 너무 졸렸다.. 조금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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