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베스코에서의 첫날밤 :)


: 끌려다닐수밖에 없는 노사관계!


내일 아침에 일도 나가겠다- 일찍 자려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던 참에..
갑자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여자 : 에반, 게르다에요 (Gerda)
나 : 네? 누구요?
게르다 : 웨스트스킬즈의 게르다요. 혹시 카일리(Kylie)한테 내용 들었나요?
나 : 카일리라면 아까 저 면접봐준 여자?
게르다 : 맞아요, 에반 내일 스케쥴이 취소됐어요
나 : 네? 그럼 어떡해요
게르다 : 지금 밤에 베스코로 갈수 있어요?
나 : (시계를 보고) 몇 시까지요?
게르다 : 7시 반까지요
나 :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있었다).... 근데 지금 그 일이 풀타임인가요?
게르다 : 에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떡할거에요?
나 : 아, 할게요. 지금, 지금 할게요
게르다 : 좋아요, 만약 베스코에서 못들어가게 하면 전화해요.
나 : 알았어요.

이런.. 일 나가기 30분전에 알려주다니
저녁을 후딱 먹어치우고 급히 도시락을 쌌다.
(여기 공장은 식사가 따로 안나옵니다. 밥을 싸가야 합니다.)

형들은 오히려 잘 됐단다. 야간에 일하면 시급이 더 좋단다.

시급은 11시 이후로 20불로 오르지만..
뭔가 이거...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는 분위기?

스케쥴이 계속 불안정하고 전화를 받아야만 일을 나갈수 있으니..
30분 전에 통보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결국 7시 반에 공장에 도착해 첫 공장일을 했고
팩킹 (packing) 파트에서 박스 나르기를 했다.
처음하는 거라 재미는 있었지만 10kg 짜리 박스를 400개 정도 옮기고 나니
이두근과 대흉근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일은 나름 재밌었고 새벽 2시에 끝났다.

끝나고 나니 허무했다. 내일 스케쥴도 모르고 또 웨스트스킬의 연락을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거.. 잡 에이젼시가 이래도 되는 거야?!

Osborne Park의 유명한 Job Agency. 웨스트스킬즈 Westskills

호주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오고 다음날 바로 Resume를 돌려 운좋게 집 근처 라자냐 공장 VESCO에 취직하게 되었고
몇일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새 번 돈이 호주에서 쓴돈을 넘어섰다.
혹자는 그랬다. 내가 아직 와서 한달동안 일도 못구하거나 시급 10불인 한인잡 하는 워홀메이커들에 비해
정말 잘 풀린 케이스라고. 처음엔 나도 이런 상황이라도 감사했고 현실에 만족하려 했다.
하지만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면 절대 도전하지 않게되고,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할수 없다.
오늘, 현실이라는 온실 안에 안주하려던 나를 끄집어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화를 기다려야 일을 받게되는 에이전시의 특성상
전화가 없으면 보통 시티에 나가거나 뚜벅이 투어를 하고있었다.
전화는 밤 7시까지도 없었고 보통 6시~7시 사이에 반가운 목소리로 일을 주는
Kylie의 전화가 그리워졌지만 일이 없음으로 판단하고 매니져 Gerda에게 일좀 많이 달라는
문자 한통을 보내고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보통 매니져인 Gerda는 5시경에 퇴근을 하므로 답장은 없었고
뭐, 밖에서 술마시고 있겠지
라는 생각에 난 밥을 먹고 집에서 인터넷을 하며 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걸려온 전화.
시계는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Kylie : 안녕 에반 카일리에요.
Evan : 오 안녕. 무슨일이에요?
Kylie : 지금 일 가능해요?
Evan : 네? 평소보단 많이 늦었네요. 새벽조인가요?
Kylie : 아뇨 지금. 8시 시작이에요.
Evan : .....

그랬다. 이젠 뭐 일을 10분전에 준다 이거지?
아무리 근처에 사는거 알아도 그렇지.. 그래도 어쩔수 없다. 주는 일은 무조건 해야한다!

Evan : 아,.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Klyie : 아, 오늘은 다른 파트에요. 박스팩킹에 Sue를 찾아가세요.
Evan : Sue 요? 알았어요.

카일리는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일을 던져줬고,
난... 받아먹었다.

부랴부랴 뛰어가 도시락도 못챙긴채 허겁지겁 공장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팩킹 라인을 따라 들어가는데 내가 예상했던 Sue라는 이름의 여자는 없었다.
그때,

여자 : 헤이! 거기서 뭐해, 얼른 이거 팩킹해!
Evan : 아, 저 Sue라는 사람을 찾아왔는데요.
여자 : 내가 Sue야. 저기 가서 박스좀 날라와!

왠 베트남 계열의 조그만 여자가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시키기 시작했다.
주변에 한국인이 두 세명 보였고 나머지는 다 흑인이거나 동남아 계열 아줌마, 아저씨때 사람들이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가장 힘든 파트인 포장된 박스 쌓기 일을 부여받았고 일한지 1시간도 안되어
허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받은 일은 다른 사람들이 박스를 포장해서 나오면 
무게 약 20kg 짜리의 박스를 날라다 팔렛트 위에 옮겨 쌓는 일이었는데 도저히 남자 한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듯 보였다.

1시간 후 내가 땀에 절어있자 Sue라는 여자가 힐끔 보더니 누군가를 불러온다.
저쪽에서 일하고 있던 한국인 남자 한명. 그는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에게 이 사람과 1시간마다 Swap 하라고 명령하고는 또 어디로 훽 가버리는 Sue.

나와 스왑한 남자와 얘기를 나눠보니 이거 공장 돌아가는 모양이 가관이었다.
이 남자도 방금 전 박스 쌓기와 쌍벽을 이루게 힘든 일을하다 왔는데
이 공장은 보통 동남아 (베트남, 필리핀 계열) 아줌마들이 꽉 잡고있어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겐 쉬운일을 주고 아무 때나 불러 쓰다 버려도 되는
젊고 건장한 한국인 워커들에겐 가장 힘들고 힘을 많이 쓰는 일을 준다는 것이다.
남자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랬다.
힘 깨나 쓰게 생긴 정말 근육질의 흑인은 빈 박스를 가져다오는 일을 하고 있었고
건강해보이는 베트남계 아저씨는 빈박스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번을 더 Swap 하면서 힘든 일만 골라 하면서 울컥해지던 중
갑자기 Sue가 시계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저벅저벅 다가왔다.

Sue : 아, 이제 그만하고 집에가.
Evan : 뭐? 이제 겨우 열두시 좀 넘었는데?
Sue : 내일 West Skills의 연락을 기다려.

그렇게 거의 4시간 가량을 쉬는시간 없이 힘든 일만 하다 집에가란 통보 한마디에 나와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한국인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말을 해보니 다들 시간을 체크하고 4시간 정도 되었을때 집에가라고 했단다.
그렇게 다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고 난 뭐라 표현할수 없는 허탈감에 힘없이 공장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새벽 1시의 밤공기는 차가웠다.



그때 아까 만난 남자와 집이 비슷한 방향이라 같이 가며 얘기를 했다. 그는 공장일을 꽤 많이 해봐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호주의 법상 캐주얼 직원 (일용직) 들은 최소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며
때문에 공장 측에선 당장 가장 힘들고 바쁠때 사람들을 확불러 4시간동안 쉬는시간 없이
풀타임으로 돌리고 후엔 다 돌려보내고 최소한의 정직원 인원으로만 공장을 돌린다는 것이다.

정말.. 참 어이없네. 일주일에 세네번, 그것도 가장 바쁠때 잠깐 쓰고 버리다니..

정말 여긴 차 매장이 많다. 몇개의 브랜드가 한곳에 밀집되어 있구나


그는 이 근처는 공장지대이니 다른 공장들을 더 Contact해 보라는 말과 함께
이 근처 공장은 잉햄(Ingham), 바터(Steggles) 가 호주의 삼성, LG로 불릴만큼
시급 및 복지가 좋고 정직원으로 6개월 보장도 된다니 이 둘을 노려보라는 정보를 주었다.

집에 다왔을때 문득 결심했다.
그래, 여기서 멈춰 있을순 없어. 정직원이 되어야겠다.
일단 내 생각을 바꿔야 겠다. 지금은 일을 구한게 아니라 잠깐 용돈벌이 하고 있다고.
정말 내가 구하게 될 일은 그 이상의 것이라고.
내일 바로 다른 일자리를 Contact 하러 나가야 겠다는 결심과 함께 호주에서의 1주일째 밤이 저물었다.

-Seeking & Holiday :)

[8] Seeking Holiday

 

: 일구하며 놀기!

 

 

베스코에서 처음으로 일을 한 후

웨스트스킬즈의 불안정한 고용에 실망한 나는

구직활동은 꾸준히 하기로 생각했다.

 

일단, 정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이상은

언제 일하라고 연락올지 모르는 상황에 안주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제 저녁 7시에 일하러 오라는

카일리의 전화를 받았지만

난 전화만 기다릴순 없다! 내 밥그릇을 찾아 먹으러

다시 가방에 물한병과 레쥬메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아는 형을 통해 알게된 ISS라는 에이전시.

오스본 파크에 있었는데 웨스트스킬즈 바로 옆에있었다.


      

ISS Recruitment Service.

 


청소와 마이너, 경호원을 뽑는데 각 폼마다 다르게 지원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청소잡에 지원했고 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하고 제출하고 나왔다.

오스본 파크쪽에 호수공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스카보로 비치길로 쭉 따라 걸어나와봤다.

차도를 건너 가보니 조깅하는 사람도 있고, 호수공원이긴 한 것 같은데..

국립공원이라 잘 꾸며져있진 않았다. 뭔가 자연의 느낌?






허즈만 호수 공원 (Herdsman Lake Regional Park)

생태계를 보호하는 프로젝트라고 협조바란단다. 호수가 정말 크긴 했다.

`

가다보니 길이 막혀있기도 하고 어디 앉을 데도 없고 정말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공원좀 구경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나 : Hello, This is Evan.

여자 : Hi, Evan. This is Kylie.

나 : Oh, Kylie. I know you~

카일리 : Hahaha. 에반, 오늘 일 할수 있어요?

나 : 아.. 오늘? 그래 좋아.

카일리 : 그럼 오늘 6시까지 베스코로 가주세요.

나 : 아.. 여섯시? (시계를 보니 5시였다) 알았어요

카일리 : 좋아요. 베스코 도착하면 연락주세요

나 : Ok. Thank you. See ya

 

또 1시간 전에 일을 줬다.. 집 근처라 다행이지

시티나 멀리 있었으면 어쨌을려고 -_-

그렇다고 거절하거나 뭐라 할 입장도 아니고... 흠

어쨌든 이제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다

문득 베스코에서 일하는 P형이 생각났다. 전화기를 들었다

 

나 : 형, 저에요

P : 오, 잘지내?

나 : 네 ㅋㅋ 오늘 저 베스코에서 일할 것 같아요

P : 아, 그래? 잘됐네

나 : 밤 6시부턴데요, 볼수 있을까요?

P : 난 10시부턴데. 잘하면 보겠네

나 : 그래요, 그때 뵈요. 지금 뭐하세요?

P : 아는 형 이사가서, 짐 옮겨 주고 있어

나 : 아, 그래요 . 수고해요~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다.

서로 이사할 때 짐 옮겨 주고

호주에서 한국사람끼리 사기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도와주는 경우는 훨씬 많다.

오기도 전에 외국 왔으니 한국 사람 피해다녀야지~

하면서 독고다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별로 좋은 선택같진 않다. 한국 사람 피해다닌다고 꼭 영어가 느는건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귈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착하고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 적당한 한국인과의 교제는

정보력을 넓히고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영어 쓰고 외국인 사귀고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집에 거의 다다랐다.

문득 생각한게 어제 도시락을 먹다 물통이 없어 물을 못 마셨다는거

휴대용으로 들고다닐수 있는 물통이 필요해!

근처엔 쇼핑센터가 없다. 살 수 있는 곳은 트레인역 편의점 뿐.

 

 


Glendalough Train Station에서 산 게토레이(Gatorade) 600ml : 3.9$

 

* 몇일 뒤 한인마트에서 같은 제품을 1.8$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급한게 아니라면 트레인역에서 파는 제품은 참는게 좋습니다. 다른 마트 혹은 울워스에서 같은 제품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7.5] 베스코에서의 첫날밤 :)


: 끌려다닐수밖에 없는 노사관계!


내일 아침에 일도 나가겠다- 일찍 자려고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던 참에..
갑자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여자 : 에반, 게르다에요 (Gerda)
나 : 네? 누구요?
게르다 : 웨스트스킬즈의 게르다요. 혹시 카일리(Kylie)한테 내용 들었나요?
나 : 카일리라면 아까 저 면접봐준 여자?
게르다 : 맞아요, 에반 내일 스케쥴이 취소됐어요
나 : 네? 그럼 어떡해요
게르다 : 지금 밤에 베스코로 갈수 있어요?
나 : (시계를 보고) 몇 시까지요?
게르다 : 7시 반까지요
나 :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있었다).... 근데 지금 그 일이 풀타임인가요?
게르다 : 에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떡할거에요?
나 : 아, 할게요. 지금, 지금 할게요
게르다 : 좋아요, 만약 베스코에서 못들어가게 하면 전화해요.
나 : 알았어요.

이런.. 일 나가기 30분전에 알려주다니
저녁을 후딱 먹어치우고 급히 도시락을 쌌다.
(여기 공장은 식사가 따로 안나옵니다. 밥을 싸가야 합니다.)

형들은 오히려 잘 됐단다. 야간에 일하면 시급이 더 좋단다.

시급은 11시 이후로 20불로 오르지만..
뭔가 이거...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는 분위기?

스케쥴이 계속 불안정하고 전화를 받아야만 일을 나갈수 있으니..
30분 전에 통보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결국 7시 반에 공장에 도착해 첫 공장일을 했고
팩킹 (packing) 파트에서 박스 나르기를 했다.
처음하는 거라 재미는 있었지만 10kg 짜리 박스를 400개 정도 옮기고 나니
이두근과 대흉근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일은 나름 재밌었고 새벽 2시에 끝났다.

끝나고 나니 허무했다. 내일 스케쥴도 모르고 또 웨스트스킬의 연락을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거.. 잡 에이젼시가 이래도 되는 거야?!

Osborne Park의 유명한 Job Agency. 웨스트스킬즈 Westskills